[롤] 유부남을 유혹한 악마 이블린, 그녀의 사냥을 다룬 단편소설 '가장 싱싱한 들꽃'

안녕하세요 여러분 신짱 입니다 인간 을 유혹해 고통을 주고 그 고통에 기쁨을 느끼는 챔피언 이블린, 그녀가 행복한 가정의 남자를 사냥하는 장면이 단편 소설 '가장 싱싱한들꽃'에 자세히 나와있습니다 오늘은 이블린의 단편 소설 '가장 싱싱한 들꽃'을 들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블린은 행인들이 우글거리는 거리를 소리없이 누볐다 희미한 그림자 에 불과한 그녀의 몸은 밤의 어두움과 구분이 되지 않았다 밤거리의 우울한 공기 속에서 그녀의 눈이 번득였지만 제 아무리 날카로운 관찰력을 소유자라도 알아보기 어려울 터였다 근처 대로에서 술취한 자들, 선원들, 매춘부 들이 왁자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악마가 어둠 속에 숨어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채

이블린은 반대편 길가에서 그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이윽고 이블린의 눈이 술병을 움켜지고 길가 도랑에 나뒹굴고 있는 남자에게 고정되었다 평소라면 그런 상태의 남자에게는 단 한순간도 눈길을 주지 않았겠지만, 지금 이블린은 며칠 동안이나 굶주려 있었기에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저런 사냥감 일은 아주 쉬울 터였다 이 근처에서 수십 개나 있는 가로등이 켜지지 않는 뒷골목으로 꼬여내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 술 취한 남자의 얼굴로 바퀴벌레 한 마리가 기어올라가는 것을 본 순간 그런 생각은 사라져 버렸다 남자는 곤드레만드레 취해 있어 무감각한 상태였다 저런 자를 흥분시켜봤자 무디고 어렴풋한 감정밖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블린이 희생자 에게 맛보고 싶어하는 다 급하고 강렬한 충동과는 거리가 멀다 저자에게서 고통스러운 비명을 끌어내려 면 어느 구석이든 꽤나 쎄게 물어뜯어야 할 것이다 이게 문제였다 숱하게 인간의 사냥해 온 이블린은 자신의 취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발톱으로 희생자를 고문할 때 희생자가 그 쓰라린 통증, 그 소름끼치는 감각을 한 점 남김 없이 느끼기를바랐다 그렇게 예민한 희생자가 필요했다 저렇게 술에 떡이 된 남자 는 고통의 둔감 할 테니 이블린을 만족시킬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공연이 시간낭비가 될 것이다 이블린은 주정뱅이 남자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진창길 거리를 다시 걷기 시작했다 촛불의 노란빛이 눅진하게만 느껴지는 선술집 창문을 지나칠 무렵이었다

덩치큰 여자 하나가 선술집 문을 벌컥 열고 나왔다 구르듯이 밤 거리로 나온 여자는 연신 트림을 하면서도 한 손에는 반쯤 먹은 칠면조 다리를 꼭 쥐고 있었다 이블린은 잠시 그 여자를 관찰했다 저 여자를 괴롭히면 얼마나 구슬픈 소리를 낼까,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형언키 힘든 지옥에 빠져들 때 어떤 표정이 될까를 상상하며 악마가 눈독을 드리고 있는 것도 모른채, 여자는 칠면조 고기를 개걸스럽게 뜯었다 하지만 고기 맛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여자의 마음 깊숙한 곳에 어떤 고뇌가 자리잡고 있어 그 우울한 감정 때문에 미각이 마비된 듯했다

이블린은 여자 혼자서 그 고통을 감당하게 내버려 두기로 했다 이블린은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도시의 드리운 어둠 을 미끄러지듯 통과하는 동안 술주정뱅이 두 명, 동전을 구걸하는 거지 한 명, 그리고 그 사이에 말다툼을 벌이는 연인 한쌍을 지나쳤다 이블린 눈에는 하나같이 도무지 사냥감의 매력이 없었다 저런 것들을 사냥 한다는 것은 이미 시들어버린 꽃을 꺾는 것이나 다름없이 시시하고 하찮은 일이었다

이블린은 자신이 꺾을 들꽃이 줄기가 꼿꼿하고 싱싱함이 넘치기를 바랐다 그래야만 꺾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갑자기 고약한 생각이 떠올랐다 어쩌면 이 누추하고 후미진 도시를 사냥터로 택한 것이 자신의 실수가 아니었을까 어쩌면 바로 다음 순간에라도, 지난번 사냥감에서 빨아들였던 전율이 다 사라져 버리고, 자신이 '무'로 돌아 가버리는 건 아닐까, 인간의 번뇌로 채워야 할 자신의 내부가 무한히 텅 빈 공간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바로 그때 악마의 눈에 그 남자가 보였다

고급 술집에서 나온 남자는 신사다운 품격을 후광처럼 내뿜고 있었다 천박한 호화로움 없이 말쑥한 차림이었고 풍성한 꽃다발을 한 팔로 조심스럽게 껴안은 채 거리를 걸어가며 경쾌한 선율을 나직이 흥얼거렸다 이블린의 등에 돋은 채찍손 한 쌍 흥분으로 부르르 떨렸다 이블린은 먼 거리에서도 그 남자가 자신의 취향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곧장 그 신사의 뒤를 쫓아갔다

신사의 기척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신사에게 자신의 기척을 들킬 염려가 없을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남자는 거의 반 시간에 걸어가 디딤돌을 쌓아 만든 중간 크기의 저택 대문으로 향했다 남자가 묵직한 참나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뒤 이블린은 눈도 깜빡하지 않고 저택 창문이 하나씩 하나씩 따스한 느낌의 촛불로 밝혀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늘씬한 몸매 목깃이 높이 올라온 소박한 드레스 차림의 여인이 나타나 신사를 반기고는 포옹으로 인사를 했다 여인은 신사가 내미는 꽃다발을 받자 약간 놀라는 척 기뻐했고 곧 깨끗한 꽃병에 꽂아 넣었다 여인이 꽃병을 놓은 자리 바로 옆에는 신사가 전에 가져온 꽃다발이 역시 꽃병에 꽂힌 채 놓여 있었다 악마는 더 흥미롭게 그들을 관찰했다

잠시후 이제 갓 기저귀를 뗀 나이의 아이 두 명이 방으로 달려 들어와 남자의 다리를 하나씩 얼싸안았다 아이들이 활짝 웃자 작은 입 안에서 작디작은 치아들이 반짝였다 가정의 행복 이라는 개념을 그야말로 완벽하게 형상화한 장면 같았지만, 이블린 알 수 있었다 조금만 더 깊이 파들어가면 자신이 무엇을 발견하게 될 것인지를 이블린은 조용히 기다렸다 이윽고 촛불이 하나씩 하나씩 꺼지고 거실에 불빛만이 남았다

혼자가 된 남자 는 독서용 의자에 몸을 편안히 뉘고 담배 파이프를 꺼냈다 이블린은 기척도 없이 그늘에서 빠져 나왔다 암흑의 기운이 성글게 모인 듯한 그녀의 팔다리가 차츰 따뜻한 체온을 지닌 인간의 육신으로 변해갔다 등에 돋아난 악마의 채찍손은 자취를 감추고, 온 몸이 맵시 있는 여인의 자태를 갖추어 갔다 그 누구도 눈을 돌리기 힘들 정도의 매력을 과시하는 몸매였다 이블린은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한가로운 걸음걸이로 잔디밭을 가로질러 창가로 다가갔다

손을 뻗으면 창에 닿을 듯한 거리까지 접근했을 때에야 남자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남자는 의자에서 튀어오르듯 일어섰다 입에 물고 있던 파이프가 거의 떨어질 뻔했다 이블린은 한 손가락을 들어 남자에게 밖으로 나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남자는 발소리를 죽이며 현관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창밖을 배회하는 전 낯선 미인이 누구인지를 알고 싶은 것이 분명했다 남자는 밖으로 걸어나와 이블린이 있는 잔디밭으로 나왔다 불안감이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억누를 수 없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더 커보였다 "누구십니까?" 남자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난 당신이 원하는 그 누구도 될 수 있어요" 악마가 말했다 이블린은 남자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남자의 영혼 깊숙이 파고들어갔다 그리고 드디어 원하는 것을 찾아냈다

아무리 부족한 것 없이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마음 한구석에 곪아 터진 욕구불만의 종기는 있는 법이다 이거군 이자가 그토록 원하지만 갖고 있지 못한 것이 "나에겐 가족이" 남자는 말을 시작했지만 생각을 끝맺지 못했다

악마는 그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쉿 괜찮아요" 이블린은 남자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당신이 뭘 원하는지 알아요 그걸 원하는 마음에 죄책감을 느끼는 것도 알죠 다 털어 버려요" 이블린은 한걸음 물러서서 남자가 속절없이 끌려 드는 모습을 감상했다 "그래도

되나요?" 남자는 그렇게 묻고는 자신의 뻔뻔함에 민망해 했지만, 다음 순간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 싶다는 감당못할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물론이죠 자기 그래서 내가 여기 있는 거예요" 악마가 말했다

남자는 손끝으로 이블린의 얼굴을 더듬고 뺨을 쓸어내렸다 이블린은 남자의 손을 잡아 자신의 뺨에 꾹 누르고는 나직하고 관능적인 웃음을 터뜨렸다 이 상냥하고, 다정하고, 행복한 남자는 오늘밤 그녀의 것이 될 터였다 남자는 이블린에게 줄 고통이 너무나 많았고, 이블린은 그 고통을 모조리 흡수할 것이었다 그들 뒤에서 실내화를 끄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현관문이 열렸다

"여보 무슨 일이에요 괜찮아요?" 남자의 아내가 물었다 "그럼요 괜찮을 거에요" 넋을 잃어버린 남자 대신 악마가 대답했다 사냥은 더 흥미진진해 졌고 먹이는 더욱 달콤해졌다 들꽃 한 송이가 활짝 피어난 채 꺾이기 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동안 또 한 송이가 막 봉오리를 벌리려 하고 있었다 내 이렇게 오늘은 이블린의 단편소설 '가장 싱싱한 들꽃'을 들려 드렸는데요, 재미있으셨나요? 제가 준비한 영성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