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어주는 사람 : 백석이 번역한 소설 ‘테스’ 1

시인 백석이 번역한 '테스' <테쓰> (조광사, 1940) 영국 작가 토머스 하디의 대표적 작품

1940년 조광사에서 출판 서강대학교 로욜라 도서관 판본 오월 그믐께 어느 날 저녁이었다 샤스턴으로부터 블레익모어라고도 또는 블랙무어라고도 하는 골짜기에 연닿은 말로트 마을로 가는 한 중년 사나이가 있었다 몸을 실은 다리가 비틀린 그 걸음걸이에는 몸을 얼마쯤 왼편으로 기웃이 숙이는 버릇이 있었다

그는 별로 무엇을 골똘히 생각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무슨 말을 옳다고나 하는 듯이 때때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한 팔에는 빈 닭알 둥주리가 걸려 있었다 모자털은 것부시시 일어서고 모자 차양의 어떤 데는 다 닳아져서 모자를 벗을 때마다 엄지손가락이 이곳에 와서 닿곤 하였다 "존 각하 평안한가" "그런데 좀 무엇한 말씀이지마나 먼젓번 장날도 이맘때에 바로 여기서 뵈었지요

그때에 제가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를 했더니 그때에도 목사님은 시방 마찬가지로 '존 각하 평안한가' 하고 말씀하신단 말씀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