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여자] 이태준 돌다리,한국단편소설오디오북, 한국문학, 소설읽기, 오디오명작, Korean Novel, Korean Audio Book,

안녕하세요 오늘 이야기는 이태준의 돌다리입니다 어떤 사람이 인생을 참 잘 살았다라고 하면 여러분은 어떤 삶을 생각하세요 그 삶은 또 어떤가요 오늘 이태준의 돌다리 들으면서 단 한번의 소중한 인생에 대해 시간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샘마을 동네보다는 누르테테한 가닥나무들만 묘지를 둘러 그 삶은 또 어떤가요 어느 것이라고 집어 낼 수는 없어도 창섭이 마침 방학으로 와 있던 여름이었다 창옥은 저녁 먹다 말고 갑자기 복통으로 뒹굴었다 읍으로 뛰어가서 의사를 청해 왔다 의사는 주사를 놓고 돌아갔다 의사는 바쁘다고 하라는 대로 환자를 데리고 갔지만 다시 하루를 지나 창섭은 뜻을 세워 서울에서도 정평이 있는 한 권위자가 된 것이다 창옥아 기뻐해줘 네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창섭은 바람도 쌀쌀할 뿐 아니라 지금은 단풍철도 지나고 바위를 갈라내서까지 고르고 넓은 길로 닦아졌다 창섭은 이럴 줄 알았더라면 자기 집 논과 밭들이었다 그전부터 있었던 거지만 밭 하루갈이도 늘리지는 못한 것으로도 나를 부자 소린 못 들어도 불러 보며 묵례를 보냈다 아버니께서 멍덜을 손수 이룩허신 밭을 더 좋은 논으로 더 기름진 밭이 되도록 닦달만 해가기에도 내겐 벅찬 일일거다 하고 절약해 쓰고 남는 돈이 있으면 비뚤어진 논 모양을 바로 잡고 그러다 아들이 의사가 된 후로는 동네 길들은 물론 남을 주면 땅을 버린다고 소작을 주지 않았고 일꾼 셋이 저희들 농사 해 가지고 나간다는 둥 환자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 창섭의 아버지는 땅을 위해서는 곡식을 거둔 뒤 그루만 남은 논과 밭이라도 다시 하루를 지나 흙의 부드러움이 마치 시루떡 모판을 대하는 것처럼 누구의 눈에나 탐스럽게 흐뭇해 보였다 이런 땅을 팔기엔 아무리 수입이 몇 배 더 나은 하지만 은행에 빌리는 방법으로는 삼만 원 돈을 만들 수가 없었고 어머니께선 겨울이면 해마다 기침이 도지신다 진작부터 내가 모셔야 했을 거다 천생 부모님이 서울로 가셔야 한다 땅 전부를 소작하도록 맡기고서는 서울 가서 편안히 계실 날이 하루도 없으실거다 아버님의 말년을 편안히 해드리기 위해서도 땅은 전부 없애 버릴 필요가 있는거다 창섭은 샘마을에 들어서자 아버지는 가에는 살얼음이 잡힌 찬물에 무릎까지 걷고 들어서서 예 좀 급히 여쭤 봐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동네 사람 수십 명이 개울은 동네 한가운데를 흐르고 있어 비가 오면 진흙탕에서 헤어날 수 없었는데 하룻밤 비에도 넘치기 일쑤라 이 큰 돌다리의 내력을 들은 것이 너이 증조부님 돌아가셨을 때다 징검다리로야 건네올 수가 있니 다리부터 이렇게 넓구 튼튼한 돌루 놓으신 거란다 눈에 익은 정자나무가 서있는 논이며 몇 해 전 어느 장마엔 어찌 된 셈인지 가운데 제일 큰 장이 내려앉아 떠내려갔던 것이다 논둑에 선 정자나무는 길이는 열 자가 넘는 자연석 그대로라 몇 사람의 힘으로는 손을 댈 염두부터 내지 못했다 더구나 불과 수십 보 이내에 면의 보조를 얻어 난간까지 달린 완전히 잊혀진 채 던져져 있던 것이었다 한다한 보통보다 썩 뛰어난 곡식값보다는 다른 물가들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오늘루 가야 되서요 아무두 안 데리구 왔습니다 오늘루 갈 걸 뭘 허러와 조상님들 산소나 사당보다 굶는단 소린 안 듣고 살도록 물려주시구 가셨다 드럭드럭 탐내 모아선 뭘 허니 할아버니께서 쇠똥을 맨손으로 움켜다 넣시던 논 아버니께서 멍덜을 손수 이룩허신 밭을 더 좋은 논으로 더 기름진 밭이 되도록 닦달만 해가기에도 내겐 벅찬 일일거다 하고 절약해 쓰고 남는 돈이 있으면 그 돈으로는 품을 몇씩 들여서까지 비뚤어진 논 모양을 바로 잡고 밭에 돌을 추려 바람맞이로 담을 두르고 개울엔 둑막이를 했다 그러다 아들이 의사가 된 후로는 아들 학비로 쓰던 몫까지 들여서 동네 길들은 물론 읍길과 정거장 길까지 닦아 놓았다 남을 주면 땅을 버린다고 매우 근면 성실한 사람이 아니면 소작을 주지 않았고 소를 두 필이나 매고 일꾼을 세 명씩이나 두고 적지 않은 전답을 전부 자농으로 버티어 왔다 실속이 타작만 못하다는 둥 일꾼 셋이 저희들 농사 해 가지고 나간다는 둥 이해만을 따져 비평하는 소리가 많았지만 창섭의 아버지는 땅을 위해서는 자기의 이해만으로 타산하려 들지 않았다 이와 같은 임자를 가진 땅들이라 곡식을 거둔 뒤 그루만 남은 논과 밭이라도 그 바닥이 고르고 그 언저리들이 바르고 흙의 부드러움이 마치 시루떡 모판을 대하는 것처럼 누구의 눈에나 탐스럽게 흐뭇해 보였다 이런 땅을 팔기엔 아무리 수입이 몇 배 더 나은 병원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아버지께 미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은행에 빌리는 방법으로는 삼만 원 돈을 만들 수가 없었고 서울서 큰 서양식 건물을 손에 넣기란 돈만 있다고 아무 때나 될 일도 아니었다 아버지께선 내년이 환갑이시다 어머니께선 겨울이면 해마다 기침이 도지신다 진작부터 내가 모셔야 했을 거다 그런데 내가 시골로 올 순 없고 천생 부모님이 서울로 가셔야 한다 한동네서도 땅을 당신만치 못 거둘 사람에겐 소작을 주지 않으셨다 땅 전부를 소작하도록 맡기고서는 서울 가서 편안히 계실 날이 하루도 없으실거다 아버님의 말년을 편안히 해드리기 위해서도 땅은 전부 없애 버릴 필요가 있는거다 창섭은 샘마을에 들어서자 동구에서 이내 아버지를 뵐 수 있었다 아버지는 가에는 살얼음이 잡힌 찬물에 무릎까지 걷고 들어서서 동네 사람들을 추겨서 돌다리를 고치고 계셨다 어떻게 갑자기 오느냐 예 좀 급히 여쭤 봐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 먼저 들어가 있거라 동네 사람 수십 명이 쇠고삐로 두 길이는 흘러내려간 다릿돌을 동아줄에 얽어 끌어올리고 있었다 개울은 동네 한가운데를 흐르고 있어 아래위로 징검다리는 서너 군데나 놓여 있지만 하룻밤 비에도 넘치기 일쑤라 모두 이 큰 돌다리로 통행하던 것이었다 창섭은 어려서 아버지께 이 큰 돌다리의 내력을 들은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너이 증조부님 돌아가셨을 때다 산소에 상돌을 해오시는데 징검다리로야 건네올 수가 있니 그래 너이 조부님께서 다리부터 이렇게 넓구 튼튼한 돌루 놓으신 거란다 그 후 오륙십 년 동안 한 번도 무너진 적이 없었는데 몇 해 전 어느 장마엔 어찌 된 셈인지 가운데 제일 큰 장이 내려앉아 떠내려갔던 것이다 두께가 한 자는 충분히 되고 폭이 여섯 자 길이는 열 자가 넘는 자연석 그대로라 몇 사람의 힘으로는 손을 댈 염두부터 내지 못했다 한자는 약 삼십 센티미터 더구나 불과 수십 보 이내에 면의 보조를 얻어 난간까지 달린 한다한 나무다리가 놓인 뒤의 일이라 이 돌다리는 동네 사람들에겐 완전히 잊혀진 채 던져져 있던 것이었다 한다한 보통보다 썩 뛰어난 집에 들어가니 어머니는 다리 고치는 사람들 점심을 짓느라고 역시 여러 명의 동네 아낙네들과 허둥거리고 계셨다 웬일인데 어째 혼자만 오니 어머니는 손자아이들부터 보이지 않음을 물으신다 오늘루 가야 되서요 아무두 안 데리구 왔습니다 오늘루 갈 걸 뭘 허러와 이젠 어머니도 함께 서울로 모셔 가려구요 서울루 제발 아이들허구 한데서 살아 봤음 원이 없겠다 하고 어머니는 땅보다 조상님들 산소나 사당보다 손자 아이들에게 더 마음이 끌리시는 눈치였다 하지만 아버지만은 그처럼 단순히 들떠질 마음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아들의 뒤를 쫓아 이내 개울에서 들어왔다 아들은 의사인 아들은 마치 환자에게 치료방법을 설명하듯 냉정하게 차근차근 이야기를 시작했다 외아들인 자기가 부모님을 진작 모시지 못한 것이 잘못인 것 한집에 모이려면 자기가 병원을 버리기보단 부모님이 농토를 버리시고 서울로 오시는 것이 순리인 것 병원은 나날이 환자가 늘어 가나 입원실이 부족해서 오는 환자의 삼분의 일밖에 수용 못 하는 것 지금 시국에 큰 건물을 새로 짓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 때마침 교통이 편한 자리에 삼층 건물이 하나 나온 것 인쇄소였던 집인데 전체가 콘크리트여서 방화 방공으로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 삼층은 살림집과 직공들의 합숙실로 씌였던 것이라 입원실로 바꾸기에 용이한 것 각층에 수도 가스가 다 들어온 것 그러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것 저렴하기는 하지만 삼만 이천 원이라 지금의 병원을 팔면 일만 오천 원쯤은 받겠지만 그것은 집을 고치는 데 그리고 수술실의기계를 완비하는 데 다 들어갈 것이니 집값 삼만 이천 원은 따로 있어야 한다는 것 시골에 땅을 둔대야 일년에 고작 삼천 원의 실리가 떨어질지 말지 하지만 땅을 팔아다 병원만 확장해 놓으면 적어도 일년에 만 원 씩은 이익을 뽑을 자신이 있는 것 돈만 있으면 땅은 이담에라도 서울 가까이라도 얼마든지 좋은 것으로 살 수 있는 것 아버지는 아들의 의견을 끝까지 잠잠히 들었다 그리고 점심이나 먹어라 나두 좀 생각해 봐야 대답허겠다 하고는 다시 개울로 나갔고 떨어졌던 다릿돌을 올려 놓고 나서야 들어와서 점심상을 받았다 점심을 자시면서였다 원 요즘 사람들은 힘두 줄었나 봐 그 다리 첨 놀 때 내가 어려서 봤는데 불과 여남은이서 거들던 돌인데 장정 수십 명이 한나절 동안 씨름을 허다니 나무다리가 있는데 그건 왜 고치시나요 너두 그런 소릴 허는구나 나무가 돌만허다든 넌 그 다리서 고기 잡던 생각두 안 나니 서울루 공부 갈 때 그 다리 건너서 떠나던 생각 안 나 시쳇사람들은 모두 인정이란 게 사람헌테만 쓰는 건 줄 알드라 내 할아버니 산소에 상돌을 그 다리로 건네다 모셨구 내가 천자문 끼구 그 다리루 글 읽으러 댕겼다 네 어미두 그 다리루 가마 타구 내 집에 왔어 나 죽거든 그 다리루 건네다 묻어라 난 서울 갈 생각 없다 네 천금이 쏟아진대두 난 땅은 못 팔겠다 내 아버님께서 손수 이룩허시는걸 내 눈으루 본 밭이구 내 할아버님께서 손수 피땀 흘려 모으신 돈으루 장만허신 논들이야 돈 있다고 어디가 느르지논 같은게 있구 독시장밭 같은 걸 사 느르지논 옥답으로 유명한 철원군 지역의 논이름 독시장밭 철원군에 있는 밭이름 느르지 논둑에 선 느티나문 할아버님께서 심으신 거구 저 사랑마당에 은행나무는 아버님께서 심으신 거다 그 나무 밑에 설 때마다 난 그 어룬들 동상이나 다름없이 경건한 마음이 솟아 우러러보군 헌다 땅이란 걸 어떻게 일시 이해를 따져 사구 팔구 허느냐 땅 없어 봐라 집이 어딨으며 나라가 어딨는 줄 아니 땅이란 천지만물의 근거야 돈 있다구 땅이 뭔지두 모르구 욕심만 내서 문서쪽으로 사 모으기만 하는 사람들 돈놀이처럼 변리만 생각허구 제 조상들과 그 땅이 어떤 인연이란 건 도무지 생각지 않구 헌신 짝 버리듯 하는 사람들 다 내 눈엔 괴이한 사람들루 밖엔 뵈이지 않드라 네가 뉘 덕으루 오늘 의사가 됐니 내 덕인 줄만 아느냐 내가 땅 없이 뭘루 밭에 가 절하구 논에 가 절해야 쓴다 자고로 하늘 하늘 허나 하늘의 덕이 땅을 통허지 않군 사람헌테 미치는 줄 아니 땅을 파는 건 그게 하늘을 파는거나 다름없는 거다 땅을 밟구 다니니까 땅을 우습게들 여기지 땅처럼 응과가 분명헌 게 무어냐 하늘은 차라리 못 믿을 때두 많다 하지만 힘들이는 사람에겐 힘들이는 만큼 땅은 반드시 후헌 보답을 주시는 거다 세상에 흔해 빠진 지주들 땅은 소작인들헌테나 맡겨 버리구 떡 허니 도회지에 가 앉어 소출은 팔어다 모두 도회지에 낭비해 버리구 땅 가꾸는 덴 단돈 일 원을 벌벌 떨구 땅으루 살며 땅에 야박한 놈은 자식으로 치면 후레자식 셈이야 땅이 말을 할 줄 알어 봐라 배가 고프단 땅이 얼마나 많으냐 해마다 걷어만 가구 땅은 자갈밭이 되는 걸 아나 둑이 떠나가니 아나 거름 한번 제대로 넣나 정 급허게 돼서 소작인이 우는 소리나 해야 요즘 너이 신식 의사들 주사침 놓듯 애꿎인 화학비료만 갖다 털어넣지 그렇게 땅을 홀대 허구 인제 죽어서 땅이 무서워 어디루들 갈 텐가 창섭은 입이 얼어 버렸다 손만 부볐다 자기의 생각이 너무나 자기 중심적이었던 걸 대뜸 깨달았다 땅에는 이해를 초월한 일종의 종교적 신념을 가진 아버지에게 아들의 이단적인 계획이 용납될 리 만무였다 아버지는 상을 물리고도 말을 계속했다 너로선 어떤 수단을 쓰든 병원부터 확장허려는 게 과히 엉뚱헌 욕심은 아닐 줄두 안다 그러나 욕심을 부려선 못쓰는 거다 의술은 예로부터 인술이라지 않니 매살 순탄허게 진실허게 해라 네가 가업을 이어나가지 않는다구 탓허지 않겠다 넌 너루서 발전헐 길을 열었구 그게 또 모리지배의 악업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인술이잖니 내가 어떻게 불평을 하겠니 다만 삼사 대 집안에서 공들여 이룩해논 전장을 남의 손에 내맡기게 되는 게 저으기 애석헌 심사가 없달 순 없구 팔지 않으면 그만 아닙니까 나 죽은 뒤에 누가 거두니 너두 이제두 말했지만 너두 문서쪽만 쥐구 서울에 앉어 지주 노릇만 허게 그따위 지주허구 소작인 틈에서 땅들만 얼마나 곯는지 아니 안된다 팔거다 나 죽을 임시엔 다 팔거다 돈에 팔 줄 아니 사람헌테 팔 거다 건너 용문이는 우리 느르지논 같은 건 한 해만 부쳐 보구 죽어두 농군으로 태어난던 걸 한으로 삼지 않겠다구 했다 독시 장밭을 내논다구 해봐라 문보나 덕길이 같은 사람은 길바닥에 나앉드라두 집을 팔아 살려구 덤빌 게다 그런 사람들이 땅 임자 안 되구 누가 돼야 옳겠니 그러니 아주 말이 난 김에 내 유언이다 그런 사람들 무슨 돈으로 땅값을 한 몫에 내겠니 몇몇 해구 그 땅 소출을 팔아서 연년이 갚어 나가게 헐 테니 너두 땅값을랑 그렇게 받어 갈 줄 미리 알구 있거라 그리구 네 어머니가 먼저 가면 내가 묻을 거구 내가 먼저 가게 되면 네 어머닌 그때 네가 서울루 데려가렴 난 샘마을서 이렇게 야인으로나 죄 없는 밥 먹다가 야인인 채 묻힐 걸 흡족히 여긴다 자식의 젊은 욕망을 들어 못 주는 게 애비 된 맘으루두 섭섭허다 그렇지만 이 늙은이헌테두 그만 신념쯤 지켜 오는 게 있다는 걸 무시하지 말어 다오 아버지는 다시 일어나 담배를 피우며 다리 고치는 데로 나갔다 옆에 앉았던 어머니는 두 눈에 눈물을 쭈루루 흘리셨다 너이 아버지가 여간 고집이시냐 아니에요 아버지가 어떤 어른이신 건 오늘 제가 더 잘 알았습니다 우리 아버진 훌륭한 분이십니다 그러나 창섭도 코허리가 찌르르했다 자기가 계획하고 온 일이 실패한 것쯤은 차라리 당연하게 생각되었고 아버지와 자기와의 세계가 격리되는 일종의 결별의 심사를 체험하는 때문이었다 아들은 아버지가 고쳐 놓은 돌다리를 건너 저녁차를 타러 가버렸다 동구 밖으로 사라지는 아들의 뒷모양을 지키고 섰을 때 아버지 마음도 정말 임종에서 유언이나 하고 난 것처럼 외롭고 한편으로 불안스러운 마음이었다 아버지는 종일 개울에서 허덕였지만 저녁에 잠도 달게 오지 않았다 젊어서 서당에서 읽던 백낙천의 시가 다 생각이 났다 늙은 제비 한 쌍을 두고 지은 노래였다 제 뱃속이 고픈 것은 참아 가며 입에 얻어 문 것은 새끼들부터 먹여 길렀으나 새끼들은 자라서 나래에 힘을 얻자 어디로인지 저희 좋을 대로 다 날아가 버리어 야위고 늙은 어버이 제비 한 쌍만 가을 바람 소슬한 추녀끝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광경을 묘사했고 나중에는 그 늙은 어버이 제비들을 가리켜 새끼들만 원망하지 말고 너희들이 새끼 적에 역시 그러했음도 깨달으라는 풍자의 시였다 중국 당나라 백낙천의 연자가 흥 노인은 어두운 천장을 향해 쓴웃음을 짓고 날이 밝기를 기다려 누구보다도 먼저 어제 고쳐 놓은 돌다리를 보러 나왔다 흙탕이라고는 어느 돌틈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앞쪽에도 가운데에도 끝에도 맑기만 한 소담한 물살이 우쭐우쭐 춤추며 빠져 내려갔다 한가운데로 가서 쾅 굴러 보았다 발바닥만 아플 뿐 끄떡이 있을 리 없다 노인은 쭈루루 집으로 들어와 소금 접시와 수건을 가지고 나왔다 제일 낮은 받침돌에 내려앉아 양치를 하고 세수를 했다 나중에는 다시 이가 저린 물을 한입 물어 마시며 일어섰다 속에 있는 모든 게 씻기는 듯 시원했다 그리고 수염에 묻은 물을 닦으며 생각했다 비가 아무리 쏟아져도 어떤 한계를 넘는 법은 없다 물이 분수없이 늘어 떠내려갔던 게 아니라 자갈이 밀려 내려와 물구멍이 좁아졌든지 아니면 어느 받침돌의 밑이 물살에 굴러 쓰러졌던 그런 까닭일게다 미리 바닥을 치고 미리 받침돌만 제대로 보살펴 준다면 만년을 간들 무너질 리 없을거다 그저 늘 보살펴야 하는 거다 사람이란 하늘 밑에 사는 날까진 하루라도 천지자연의 이치에 방심을 해선 안 되는 거다

[책 읽어주는 여자] 복덕방, 이태준, 한글자막(CC), 한국단편소설오디오북, 소설읽기, Korean Novel with Korean Subtitle

안녕하세요 노벨라예요 마음과 몸을 리셋하는 시간이죠 노벨라가 읽어 드리는 이태준의 복덕방 들으시면서 새로운 하루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철석 앞집 판장 밑에서 물 내버리는 소리가 났다 주먹구구에 골똘했던 안초시에겐 놀랄 만한 폭음이었던지 다리 부러진 돋보기 너머로 꼭 모이를 쪼으려는 닭의 눈을 하고 수챗구멍을 내다본다 뿌연 뜨물에 휩쓸려 나오는 것이 여러 가지다 호박 꼭지 계란 껍질 거피해 버린녹두 껍질 녹두 빈대떡을 부치는 게로군 흥 한 오륙 년째 안초시는 말끝마다 젠장 아니면 흥 하는 코웃음을 붙이곤 한다 추석이 벌써 내일 모레지 젠장 안초시는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기름내가 코에 풍기는 듯 대뜸 입 안에 침이 흥건해지고 전에 괜찮게 지낼 때 충치니 풍치니 했던 것은 거짓말이었던지 아래 윗니가 송곳 끝처럼 날카로워짐을 느꼈다 안초시는 빈 입에 그 날카로워진 이를 빠드득 소리가 나게 한번 물어 보고 고개를 들었다 하늘은 천리같이 트였는데 조각 구름들이 여기저기 널렸다 어떤 구름은 깨끗이 빨아 말린 옥양목처럼 흰빛이 눈이 부시다 안초시는 이내 자기의 때묻은 적삼 생각이 났다 소매를 내려다보는 그의 얼굴은 쉽게 들리 질 않는다 거기는 한 조각의 녹두빈대나 한잔의 약주로써 어쩌지 못할 더 진한 슬픔과 더 횡한 고적함이 품겨 있는 것 같았다 혹혹 소매 끝을 불어 보고 손 끝으로 튀겨 보기도 하다가 목침을 세우고 눕고 말았다 이사는 팔하고 사오는 이십이라 천이 되지 가만 천이라 사로 했으니 사천이라 사천 평 매 평에 아주 줄여 잡아 오 환씩만 하게 돼두 사 환 칠십오 전씩이 남으니 그럼 사사는 십륙 일만 육 천 환하구 안초시가 다시 주먹구구를 거듭해서 얻어 낸 총액이 일만 구천 원 단 천 원만 들여도 일만 구천 원이 되리라는 셈속이니 만 원만 들이면 그게 얼만가 그는 벌떡 일어났다 이마가 화끈했다 도사렸던 무릎을 얼른 곧추세우고 뒤나 보려는 사람처럼 쪼그렸다 마코 갑이 번연히 빈 것인 줄 알면서도 다시 집어다 눌러 보았다 주머니엔 단돈 십 전 그것도 안경 다리를 고친다고 벌써 세 번짼가 네 번째 딸에게서 사오십 전씩 얻어 가지고는 번번이 담뱃값으로 다 내어보내고 만 최후의 십 전 안초시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그것을 꺼냈다 백통화 한 푼을 얹은 야윈 손바닥 가만히 떨린다 서참의의 투박한 손을 생각하면 너무나 얇고 잔망스러운 손이거니 했다 그러나 이따금 술잔은 얻어먹고 이렇게 내 방처럼 그의 복덕방에서 잠까지 빌려 자건만 한 번도 집 거간이나 해먹는 서참의의 생활이 부럽지는 않았다 언제든지 한번쯤은 무슨 수가 생겨 다시 한번 내 집을 쓰게 되고 내 밥을 먹게 되고 내 힘과 내 낯으로 다시 한번 세상에 부딪혀 보려니 믿어졌다 초시는 전에 어떤 관상쟁이가 엄지손가락을 안으로 넣고 주먹을 쥐어야 재물이 나가지 않는다고 한 말이 생각났다 늘 그렇게 쥐어야지 했지만 문득 생각이 나 내려다볼 때는 으레 엄지손가락이 얄밉도록 밖으로만 쥐어져 있었다 그래서 드팀전을 하다가도 실패를 했고 그래서 집까지 잡혀서 장농가게를 내었다가도 그만 화재를 보았거니 하는 것이다 이놈의 엄지손가락아 안으로 좀 들어가아 젠장 하고 연습삼아 엄지손가락을 먼저 안으로 넣고 아프도록 두 주먹을 꽉 쥐어 보았다 그리고 당장 내어보낼 돈이면서도 그 십 전짜리를 그렇게 쥔 주먹에 단단히 넣고 담배 가게로 나갔다 이 복덕방에는 늘상 세 늙은이가 모인다 언제 누가 와서 집을 보러 가자고 할지 몰라 늘 갓을 쓰고 앉아서 행길을 잘 내다보는 얼굴 붉고 눈 방울 큰 노인은 주인 서참의다 참의로 다니다가 합병 후에는 다섯 해를 놀면서 시기를 엿보았지만 별수가 없을 것 같아 이럭저럭 심심 파적으로 갖게 된 것이 이 가옥 중개업이었다 처음엔 겨우 굶지 않을 만한 수입이었으나 다이쇼 팔구년 이후로는 시골 부자들이 세금에 몰려 혹은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서울로만 몰려들고 그런데다가 돈은 흔해져서 관철동 다옥정 같은 중앙지대에는 그리 고옥만 아니면 만 원대를 예사로 훌훌 넘었다 그 판에 봄 가을로 어떤 달에는 삼사백 원 수입이 있다 그러기를 몇 해 지나 가회동에 수 십 간 집을 세웠고 또 몇 해 지나지 않아서는 창동 근처에 땅을 장만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중개업자도 많이 늘었고 건양사 같은 큰 건축회사가 생겨 당자끼리 직접 팔고 사는 것이 원칙 처럼 되어 가기 때문에 중개료 수입은 전보다 훨씬 준 셈이다 하지만 이십여 간 집에 학생을 치고 싶은 대로 치기 때문에 서참의의 수입이 없는 달이라고 쌀값이 밀리거나 나뭇값에 졸릴 형편은 아니다 세상은 먹구 살게 마련이야 서참의가 흔히 하는 말이다 칼을 차고 훈련원에 나서 병법을 익힐 땐 한번 호령만 하고 보면 산천이라도 물러설 것 같던 그 기개와 오늘의 자기 한낱 가쾌로 복덕방 영감으로 기생 갈보 따위가 사글셋방 한 간을 얻어 달래도 예 예 하고 따라나서야 하는 만인의 심부름꾼인 것을 생각하면 서글픈 눈물이 아니 날 수도 없다 워낙 술을 즐기기도 하지만 어떤 땐 남몰래 이런 감회를 이기지 못해 술집에 들어선 적도 여러 번이다 그러나 호반의 기개란 흔히 혈기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인지 몸에서 혈기가 줄어듬에 따라 그런 감회를 일으키는 일도 요즘은 적어지고 말았다 하루는 집에서 점심을 먹다 듣노라니 무슨 장사치의 외치는 소리인데 아무래도 귀에 익은 목청이다 자세히 귀를 기울이니 점점 가까이 오는 소리가 제법 무엇을 사라는 소리가 아니라 유리병이나 간장통 팔거이쏘 하는 소리이다 그런데 그 목청이 보면 꼭 알만한 사람 같아서 일어나 마루 들창으로 내어다봤다 이번엔 가마니나 신문 잡지나 팔 거이쏘 하면서 가마니 두어 개를 지고 한 손엔 저울을 들고 중노인이나 된 사나이가 지나가는데 아는 사람은 확실히 아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를 어디서 알았으며 이름이 무엇이며 애초에는 무엇을 하던 사람인지가 감감해지고 말았다 오라 그렇군 분명 저런 하고 그는 한참 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유리병과 간장통을 외는 소리가 골목 안으로 사라져 갈 즈음에야 서참의는 그가 누구인 것을 깨달아 냈다 동관 김참의 허 나이는 자기보다 훨씬 연소 했으나 학식과 재기가 있는데다 호령 소리가 좋아 상관에게 늘 칭찬 을 받던 청년 무관이었었다 이십여 년 뒤에 들어도 갈 데 없이 그 목청이요 그 모습이었다 전날의 그를 생각하고 오늘의 그를 보니 적이 감개에 사무쳐 밥숟가락을 멈추고 냉수만 거듭 마셨다 그러나 전에 혈기 있을 때와는 달라 그런 기분이 오래 가지는 않았다 중학교 졸업반인 둘째 아들이 학교에 갔다 들어서는 것을 보고 또 싸전에서 쌀값 받으러 오자 마누라가 선선히 시퍼런 지전을 내어 헤는 것을 볼 때 서참의는 이내 속으로 거저 살아야지 별수 있나 저렇게 개가죽을 쓰고 돌아다니는 친구 도 있는데 에헴 뿐만 아니라 그런 절박한 친구 에다 대면 자기는 얼마나 훌륭한 지체냐 하는 자존심도 없지 않았다 지난 일 그까짓거 생각할 거 뭐 있나 사는 날까지 허허허 여생을 웃으며 살 작정이었다 그래 그런지 워낙 좀 실없는 티가 있는데다 요즘 와서는 누구에게나 농지거리가 늘어 갔다 그래서 늘 눈이 달리고 뾰로통한 입으로 말끝마다 젠장 소리만 나오는 안초시와는 성미가 맞지 않았다 쫌보야 술 한잔 사주랴 쫌보라는 말이 자기를 업수이 여기는 것 같아 안초시는 이내 발끈해서 네깟 놈 술 더러워 안 먹는다 한다 화투패나 밤낮 떼면 느이 어멈이 살아온다던 하고 서참의가 발끝으로 화투장 들을 밀어 던지면 그만 얼굴이 새빨개져서 쌔근쌔근 하다가 부채면 부채 담뱃갑이면 담뱃갑 자기의 것을 냉큼 집어 들고 다시는 안 올 듯이 새침해서 나가 버린다 조게 계집이문 천생 남의 첩감이야 하고 서참의는 껄껄 웃어 버리지만 안초시는 이렇게 돼서 올라가면 한 이틀씩 보이지 않았다 한번은 안초시 딸의 무용회 날 밤이었다 안경화라고 한동안 토월회에도 다니다가 대판에 가 있느니 동경에 가 있느니 하더니 오륙 년 뒤에 무용가라 이름을 날리며 서울에 나타났다 바로 제일회 공연 날 밤이었다 서참의가 조르기도 했지만 안초시도 딸의 사진과 이야기가 신문마다 나는 바람에 어깨가 으쓱해서 공짜표를 얻을 수 있는 대로 얻어 가지고 서참의뿐 아니라 여러 친구들에게 돌렸다 허 저기 한가운데서 지금 한창 다릿짓 하는게 자네 딸인가 남들은 다 멍멍히 앉았는데 서참의가 해괴한 것을 보는 듯 마땅치 않은 어조로 물었다 무용이란 건 문명국일수록 벗구 한다네 그려 약기는 한 안초시는 미리 이런 대답으로 막았다 모를 일이네 원 지금 총각놈들은 모두 등신인가 바 왜 이번에는 다른 친구가 탄하였다 우린 총각 시절에 저런 걸 보문 그냥 못 배기지 빌어 먹을 녀석 나잇값을 못 하구 개야 저건 개 안초시가 분통이 발끈거려 하는 소리였다 한 가지가 끝나고 불이 환하게 켜졌을 때다 도루 차라리 여배우 노릇을 댕기라구 그래라 여배운 그래두 저렇게 넓적다릴 내놓구 덤비진 않더라 그 자식 오지랖 경치게 넓으네 네가 안방 건는방이 멫 칸이요나 알았지 뭘 쥐뿔이나 안다구 그래 보기 싫거든 나가렴 안초시는 화를 발끈 냈다 그랬더니 서참의도 안방 건넌방 말에 화가 나서 꽤 높은 소리로 넌 또 뭘 아니 요 쫌보야 하고 일어서 버렸다 이 일이 있은 후 안초시는 거의 달포나 서참의의 복덕방에 나오지 않았다 그런 걸 박희완 영감이 가서 데리고 왔었다 박희완 영감이란 세 영감 중의 하나로 안초시처럼 이 복덕방에 와서 잠을 자기까지는 안 하지만 꽤 쏠쏠히 놀러 오는 늙은이다 아니 놀러 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와서 공부도 한다 재판소에 다니는 조카가 있어 대서업을 하겠다고 속수국어독본을 노상 끼고 와서 삼국지 읽던투로 긴상 도코에 유키이마스카 어쩌고를 외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속수국어독본 뚜껑이 손때에 절고 또 어떤 때는 목침 위에 받쳐 베고 낮잠도 자서 머리때까지 새까맣게 절어 조선총독부 편찬이란 잔 글자들은 보이지 않게 되도록 대서업 허가는 여전히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너나 내나 다 산 것들이 업은 가져 뭘 허니 무슨 세월에 흥 하고 어떤 때 안초시는 한나절이나 화투패를 떼다 안 떨어지면 그 화풀이로 박희완 영감이 들고 중얼거리는 속수국어독본을 툭 채어 행길로 팽개치며 그랬다 넌 또 무슨 재수를 바라구 밤낮 화투패나 떨어지길 바라니 난 심심풀이지 그러나 속으로는 박희완 영감보다 더 세상에 대한 야심이 끓었다 딸이 평양으로 대구로 다니며 지방 순회까지 해서 제법 돈냥이나 걷힌 것 같지만 연구소를 내느라고 집을 뜯어 고친다 유성기를 사들인다 교제를 하러 돌아다닌다 하느라고 더구나 귀찮게만 아는 이 애비를 위해 쓸 돈은 예산에부터 들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얘 낡은 솜이 돼서 그런지 삯바느질이 돼서 그런지 바지 솜이 모두 치어서 어떤 덴 홑옷이야 암만해두 샤쓰 한 벌 사입어야겠다 하고 딸의 눈치만 보아 오다 한번은 입을 열었더니 어련히 알아서 사드릴라구요 하고 딸이 대답은 선선히 하였지만 샤쓰는 그해 겨울이 다 지나도록 구경도 못 했다 셔츠는 커녕 안경다리를 고치겠다고 돈 일 원만 달래도 일 원짜리를 굳이 바꿔다가 오십 전 한 닢만 주었다 안경은 돈을 좀 주무르던 시절에 장만한 것이라 테만 오륙 원 먹은 것이어서 오십 전만으로 그런 다리는 어림도 없었다 오십 전짜리 다리도 있지만 살 바에는 말쑥하고 맵시 있는 것을 택하던 초시의 성미라 더구나 면상에서 짝짝이로 드러나는 것을 사기가 싫었다 차라리 종이 노끈인 채 쓰기로 하고 오십 전은 담뱃값으로 나가고 말았다 안경다린 왜 안 고치셨어요 딸이 그날 저녁에 물었다 흥 초시는 말은 하지 않았다 딸은 며칠 뒤에 또 오십 전을 주었다 그러면서 어떻게 들으라고 하는 소리인지 아버지 보험료만 해두 한 달에 삼 원 팔십 전씩 나가요 했다 보험료나 타먹게 어서 죽어 달라는 소리로도 들렸다 그게 내게 상관 있니 아버지 위해 들었지 누구 위해 들었게요 그럼 초시는 정말 날 위해 하는거문 살아서 한푼이라두 다우 죽은 뒤에 내가 알 게 뭐냐 소리가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오십 전이면 왜 안경다릴 못 고치세요 초시는 설명하지 않았다 지금 아버지가 좋고 낮은 걸 가리실 처지예요 그러나 오십 전은 또 마코 값으로 다 나갔다 이러기를 아마 서너 번째다 자식도 소용 없어 더구나 딸자식 그저 내 수중에 돈이 있어야지 초시는 돈의 긴요성을 날로 날로 더욱 심각하게 느꼈다 돈만 가지면야 좀 좋은 세상인가 심심해서 운동삼아 좀 나다녀 보면 거리마다 짓느니 고층 건축들이요 동네마다 느느니 그림 같은 문화주택들이다 조금만 정신을 놓아도 물에서 갓 튀어나온 메기처럼 미끈미끈한 자동차가 등덜미에서 소리를 꽥 지른다 돌아다보면 운전수는 눈을 부릅떴고 그 뒤에는 금시곗줄이 번쩍거리는 살찐 중년 신사가 빙그레 웃고 앉았는 것이었다 예순이 낼 모레 젠장할 것 초시는 늙어 가는 것이 원통했다 어떻게 해서나 더 늙기 전에 적게 돈 만 원이라도 붙들어 가지고 내 손으로 다시 한번 이 세상과 교섭해 보고 싶었다 지금 이 꼴로서야 문화주택이 암만 서기로 내게 무슨 상관이며 자동차 비행기가 개미떼나 파리떼처럼 퍼지기로 나와 무슨 인연이 있는 것이냐 세상과 자기와는 자기 손에서 돈이 떨어진 그 즉시로 인연이 끊어진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러면 송장이나 다름없지 뭔가 초시는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는 지가 이미 오래였다 무슨 수가 없을까 아니면 무슨 그루테기가 있어야 비비지 그러다가도 그래도 돈냥이나 엎질러 본 녀석이 벌기도 하는 게지 하고 그야말로 무슨 그루터기만 만나면 꼭 벌기는 할 자신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박희완 영감에게서 들은 말이었다 관변에 있는 모 유력자를 통해 비밀리에 나온 말인데 황해 연안에 제이의 나진이 생긴다는 말이었다 지금은 관청에서만 알 뿐이지만 축항 용지는 비밀리에 매수되었으며 머지않아 당국자로부터 공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 거기가 황무진가 전답들인가 초시는 눈이 뻘개 물었다 밭이라데 밭 그럼 매평 얼마나 간다나 좀 올랐대 관청에서 사는 바람에 아무리 시굴 사람들이기루 그만한 눈치 없겠나 그래두 무슨 일루 관청서 사는지는 모르거든 그래 그래 그리 오르진 않었대 아마 평당 이십오륙 전씩이면 살 수 있다나 보데 하지만 화중지병이지 뭘 허나 우리가 음 초시는 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 정말이기만 하면 한 시각이라도 먼저 덤비는 놈이 더 먹는 판이다 나진도 오륙 전 하던 땅이 한번 개항된다는 소문이 나자 그해에 오륙 전의 백 배 이상이 올랐고 삼사 년 뒤에는 땅 나름이지만 어떤 요지는 천 배 이상 오른 데가 많다 다 산 나이에 오래 끌 건 뭐 있나 올 해 안에 넘겨두 최소한도 오환씩야 문제 없을테지 혼자 생각한 초시는 대관절 어디란 말야 거기가 하고 나앉으며 물었다 그걸 낸들 아나 그럼 그 모씨라는 이만 알지 그리게 날더러 단 만 원이라도 자본을 움직이면 자기는 거기서도 어디어디가 요지 라는거 설계도를 복사해 낸 사람이니까 그 요지만 사겠다는 말이지 그리구 많이두 바라질 않어 비용 죄다 제치구 순이익의 이 할만 달라는 거야 그럴 테지 누가 그런 자국을 일러주구 구경만 하자겠나 이 할이라 이 할 초시는 생각할수록 이것이 훌륭한 그 무슨 그루터기가 될 것 같았다 나진의 선례도 있거니와 박희완 영감 말이 만주국이 되는 바람에 중국과의 관계가 미묘해져서 황해 연안에도 나진과 같은 사명을 갖는 큰 항구가 필요할 것은 우리의 상식으로도 추측할 바라 했다 초시의 상식에도 그것은 믿을 수 있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피죤을 사서 거기서 아주 한 대를 피워 물고 왔다 어째 박희완 영감이 종일 보이질 않는다 다른 데로 자금운동을 다니나 보다 했다 서참의는 점심 전에 나간 사람이 어디서 흥정이 한 자리 떨어지느라고 그런지 아직 돌아오질 않는다 안초시는 미닫이틀 위에서 낡은 화투를 꺼냈다 허 이거 봐라 여간해선 잘 떨어지지 않던 거북 패가 단번에 뚝 떨어진다 누가 옆에 있어 좀 봐 줬으면 싶었다 아무래두 이게 심상칠 않어 이제 재수가 티나 부다 초시는 반도 타지 않은 담배를 행길로 내던졌다 출출하던 판에 담배만 몇 대를 피고 나니 목이 컬컬해진다 앞집 수채에 뜨물에 떠내려 가다 막힌 녹두 껍질이 그저 누렇게 보인다 오냐 내년 추석엔 초시는 이날 저녁에 박희완 영감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딸에게 했다 실패는 했을지라도 그래도 십수 년을 상업계에서 논 안초시라 출자를 권유하는 수작만은 딸이 듣기에도 딴사람인 듯 놀라웠다 딸은 즉석에서는 가부를 말하지 않았지만 그의 머릿속에서도 이내 잊혀지지는 않았던지 다음날 아침엔 딸 편이 먼저 이 이야기를 다시 꺼냈고 초시가 박희완 영감에게 묻던 이상으로 시시콜콜히 캐어물었다 그러면 초시는 또 박희완 영감 이상으로 손가락으로 가리키듯 소상히 설명했고 일년 안에 청장을 하더라도 최소한 오십 배 이상의 순이익이 날 것이라 장담 장담했다 딸은 솔깃했다 사흘 안에 연구소 집을 어느 신탁 회사에 넣고 삼천 원을 돌리기로 했다 초시는 금시발복이나 된 듯 뛰고 싶게 기뻤다 서참의 이놈 날 은근히 멸시했것다 내 굳이 널 시켜 네 집보다 난 집을 살 테다 네깟놈이 천생 가쾌지 별거냐 그러나 신탁회사에서 돈이 되는 날은 웬 처음 보는 청년 하나가 초시의 앞을 가리며 나타났다 그는 딸의 청년이었다 딸은 아버지의 손에 단 일 전도 넣지 않았고 꼭 그 청년이 나서서 돈을 쓰며 처리하게 했다 처음엔 팩 나오는 노염을 참을 수가 없었으나 며칠 밤을 지내고 나니 적어도 삼천 원의 순이익이 오륙만 원은 될 것이라 만 원 하나야 어디로 가랴 하는 타협이 생겨서 안초시는 으슬으슬 그 이를테면 사위녀석격인 청년의 뒤를 따라 나섰다 일년이 지났다 모두 꿈이었다 꿈이라도 너무 악한 꿈이었다 삼천원 어치 땅을 사놓고 날마다 신문을 훑어보며 수소문을 해도 거기는 축항이 된다는 말이 신문에도 소문에도 나지 않았다 용당포와 다사도에는 땅값이 삼십 배가 올랐느니 오십 배가 올랐느니 하고 졸부들이 생겼다는 소문이 있어도 여기는 감감소식 일 뿐 아니라 나중에 역시 이것도 박희완 영감을 통해 알고 보니 그 관변 모씨에게 박희완 영감부터 속아 떨어진 것이었다 축항 후보지로 측량까지 하기는 했으나 무슨 결점으로인지 중지되고 마는 바람에 너무 기민하게 거기다 땅을 샀던 그 모씨가 그 땅 처치에 곤란하여 꾸민 연극이었다 돈을 쓸 때는 일 원짜리 한 장 만져도 못 봤지만 벼락은 초시에게 떨어졌다 서너 끼씩 굶어도 밥 먹을 정신이 나지도 않았거니와 밥을 먹으러 들어갈 수도 없었다 재물이란 친자간의 의리도 배추밑 도리듯 하는 건가 탄식만할 뿐이었다 밥보다는 술과 담배가 그리웠다 물론 안경다리는 그저 못 고쳤다 그러나 이제는 오십 전짜리는 커녕 단 십 전짜리도 얻어 볼 길이 없다 추석 가까운 날씨는 해마다의 그때와 같이 맑았다 하늘은 천리같이 트였는데 조각구름들이 여기저기 널렸다 어떤 구름은 깨끗이 바래 말린 옥양목처럼 흰빛이 눈이 부시다 안초시는 이번에도 자기의 때묻은 적삼 생각이 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소매 끝을 불거나 떨지는 않았다 고요히 흘러 내리는 눈물을 그 더러운 소매로 닦았을 뿐이다 여름이 극성스럽게 덥더니 추위도 그럴 징조인지 예년보다 무서리가 일찍 내렸다 서참의가 늘 지나다니는 식은관사에 울타리가 넘게 피었던 코스모스들이 끓는 물에 데쳐 낸 것처럼 시커멓게 무르녹고 말았다 참의는 머리가 띵했다 요즘 와서 울기 잘하는 안초시를 한번 위로해 주려 엊저녁에는 데리고 나와 청요릿집으로 추탕집으로 새로 두 점을 치도록 돌아다닌 때문 같았다 조반이라고 몇 술 뜨기는 했지만 혀도 그냥 뻑뻑하다 안초시도 그럴 것이니까 해는 벌써 오정 때지만 끌고 나와 해장술이나 먹으리라하고 부지런히 내려와 보니 웬일인지 복덕방이라고 쓴 베 발이 아직 내어 걸리질 않았다 이 사람 봐아 어느 땐 줄 알구 코만 고누 그러나 코고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미닫이를 밀어 젖힌 서참의는 정신이 번쩍 났다 안초시의 입에는 피 얼굴은 잿빛이다 방 안은 움 속처럼 음습한 바람이 휭 끼친다 아니 참의는 우선 미닫이를 닫고 눈을 비비고 초시를 들여다보았다 안초시는 벌써 아니요 안초시의 시체일 뿐 둘러보니 무슨 약병인 듯한 것 하나가 굴러져 있다 참의는 한참 만에야 이 일이 슬픈 일인 것을 깨달았다 허 파출소로 갈까 하다 그래도 자식한테 먼저 알려야겠다 하고 말로만 듣던 그 안경화 무용연구소를 찾아가서 안경화를 데리고 왔다 딸이 한참 울고 난 뒤다 관청에 어서 알려야지 아니예요 그 하지 마세요 딸은 펄쩍 뛰었다 하지 말라니 저 저라니 제 명예도 좀 하고 그는 애원했다 명예 안 될 말이지 명예를 생각하는 사람이 애빌 저 모양으루 세상 떠나게 해 안경화는 엎드려 다시 울었다 그러다가 나가려는 서참의의 다리를 끌어안고 놓지 않았다 그리고 절 살려 주세요 소리를 몇 번이나 거듭했다 그럼 비밀은 내가 지킬 테니 나하자는 대루 할까 네 서참의는 다시 앉았다 부친 위해서 보험 든 거 있지 네 간이보험이요 무슨 보험이든 얼마나 타게 되누 사백팔십 원요 부친 위해 들었으니 부친 위해 다 써야지 그럼요 에헴 그럼 돌아간 이가 늘 속샤 쓰를 입구싶어 했어 상등 털샤쓰를 사다 입히구 그 위에 진견으로 수의 일습 구색 맞춰 짓게 허구 선산은 있나 묻힐 데가 웬걸요 없어요 그럼 공동묘지라도 특등지루 널찍하게 사구 장례식을 장하게 해야 말이지 초라하게 해버리면 내가 그저 안 있을거야 알아들어 네에 하고 안경화는 그제야 핸드백을 열고 눈물 젖은 얼굴을 닦았다 안초시의 소위 영결식이 그 딸의 연구소 마당에서 열렸다 서참의와 박희완 영감은 술이 거나하게 취해 갔다 박희완 영감이 무얼 잡혀서 가져 왔다는 부의 이 원을 서참의가 장례비가 넉넉하니 자네 돈 그 계집애 줄 거 없네 하곤 우선 술집에 들러 거나하게 곱빼기들을 한 것이다 영결식장엔 제법 반반한 조객들이 모여들었다 예복을 차리고 온 사람도 두엇 있었다 모두 고인을 알아 온 것이 아니고 무용가 안경화를 봐서 온 사람들 같았다 그 중에는 고인의 슬픔을 알아서 우는 사람인지 덩달아 기분으로 우는 사람인지 울음을 삼키느라고 끽끽 하는 사람도 있었다 안경화도 제법 눈이 젖어 가지고 신식 상복이라나 공단 같은 새까만 양복으로 관 앞에 나와 향불을 놓고 절을 했다 그 뒤를 따라 한 이십 명이 관 앞에와 꾸벅거렸다 그리고 뭐라고 지껄이고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분향이 거의 끝난 듯 했을 때 에헴 하고 얼굴이 시뻘건 서참의도 한마디 없을 순 없다는 듯이 나섰다 향을 한움큼이나 집어 놓자 연기가 시커멓게 올려 솟더니 불이 일어났다 후 후 불어 불을 끄고 수염을 한번 쓰다듬고 절을 했다 그리고 다시 헴 하더니 조사를 한다 나 서참읠세 알겠나 흥 자네 참 호살세 호사야 잘 죽었느니 자네 살았으문 이만 호살 해보겠나 인전 안경다리 고칠 걱정두 없구 아무튼지 하는데 박희완 영감이 들어서더니 이 사람 취했네그려 하며 서참의를 밀어냈다 박희완 영감도 가슴이 답답했다 분향을 하고 무슨 소리를 한마디 했으면 속이 후련히 트일 것 같아서 잠깐 멈칫하고 서 있어 보았지만 으흐흑 하고 울음이 먼저 터져 그만 나오고 말았다 서참의와 박희완 영감도 묘지까지 나갈 작정이었지만 거기 모인 사람들이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아 도로 술집으로 내려오고 말았다